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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은 분명히 소세옥이 숨지는 것을 목격했고, 또 그 무덤이 바로 눈앞에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것을 가

짜죽음이라고 할 수 있으랴!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의혹이 마음속에 서리어서 도무지 풀어지

않았다.매소천은 한눈에 현도노인의 신변에 서 있는 두 소녀들이 누구라는 것을 재빨리 눈치챘다. 또

확실히 인정할 수도 있었다. 바로 언젠가 그날, 소나무 숲가에서 짤막한 피리를 불어서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여러 사람의 투지를 상실케 했고, 정신 상태를 혼몽하게 해서 저마다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 놓

았던 소녀라는 점을.그때, 그 놀라운 수법은 과연 무슨 재간이었을까?일파의 영도자의 위치에 있는

매소천으로서도 도무지 알아낼 수 없었다.그저, 몸에 절세의 무학을 지닌 소녀가 아니고야 어찌 그

게 놀라운 재간으로 피리를 불어서 사람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랴 하는 생각뿐이었다.주육화상은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 물론 첫눈에 강주아가씨와 계집종 비운을 바라다봤다.두 여자

들의 비범한 미모와 청초하면서도 점잖은 기품을 발견하자 어리둥절해서 얼굴빛이 이상야릇해

졌다.현도노인은 매소천과 주육화상의 시선이 쉴 새 없이 강주 아가씨에게로 쏠리는 것을 보자,

껄껄 웃으며 말했다.”허허! 두 친구들, 이 아가씨를 모르시오? 이 아가씨가 바로 남신(南神)의 천

금같이 귀하신 따님 강주 아가씨!””네?”매소천은 너무나 뜻밖이라는 듯 약간 놀라는 기색을 나

타내더니, 다시 천연스럽게 다음 말을 계속했다.”알고 보니 신영궁의 보배 같은 아가씨셨군! 소생

이 실례했소! 언젠가 그날, 소나무 숲속에서 피리로 한 곡조를 불러 주신 것은 실로 무예계를 위해

커다란 복이 되었고, 일장의 피투성이가 될 처참한 결투를 면하게 해주셨소! 이 매소천은 탄복하여

마지않소!”강주 아가씨는 처량한 표정으로 쌍끗 웃었다.”대단치도 않은 일을 여태까지 기억하고

계실 게 있나요? 두령님께서는 너무 과찬을 하시는군요!”매소천은 몸을 돌이켜 현도노인에게 또

말했다.”이편 아가씨도 총명하고 약삭빠른 품이 몸에 배어 있는 듯, 장래에 영산(靈山)을 위해서

반드시 하나의 이채로운 여성이 되실 것이 틀림 없습니다!”현도노인은 시종 너털웃음을 쳤다.

“핫! 핫! 핫! 제멋대로 자라난 버르장머리 없는 계집애라서 ‥‥‥ 고집 불통에다가 까불기만 해

서‥‥‥‥”만빙여는 극도로 치밀어 오르던 울화가 다소 가라앉았다고는 하지만 역시 잔뜩 토라

진 얼굴이었다. 남이 자기를 칭찬해 주는데도 도리어 입을 삐쭉해 보이고 알은 체도 하지 않으며

주육화상에게다 내뱉듯이 말을 던졌다.”화상 아저씨! 대갈통을 저에게 바치시기로 약속하셨죠

? 좋아요! 내 사흘 동안만 기다려 보죠! 흥! 뻔뻔스럽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큰소리만 땅땅

치구‥‥‥‥”현도노인이 웃는 낯으로 맞장구를 쳤다.”화상 친구! 자네는 나를 위해 사흘 동안 고

생을 톡톡히 해야겠네. 그렇지 않으면 모가지를 바쳐야 할 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