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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형의 차가운 말에 천여랑은 놀란 눈으로 말했다.”그럼 내가 평생 천왕성의 꼬리를 달고

살라는 것이냐! 그리고 이곳에는 장찬이 있다. 네가 이곳까지 오면서 장찬과 동행한 것을

본 사람이 없을까? 난 당연히 너를 차지하고 죽인 다음 장찬과 버릴 것이다. 그리고 강호

에는 이런 소문이 나겠지! 천여랑과 장찬은 눈이 맞아 사라졌다고 말이야, 아니면 장찬

이 너를 범하다가 네 손에 죽고 너는 자결했다고 날지도 모르지, 하하하하!”가형의 말에

천여랑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장 아저씨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장 아저씨는……?””그 녀석은 죽지 않았으니 걱정은 말아라, 하지만 독에 중독되어 곧

죽을 테지만…, 하하하하……!!”가형이 통쾌하다는 얼굴로 웃자 천여랑은 눈을 감았다.

자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오늘 자신이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초일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다.분명히 장 아저씨와 함께 왔을

것인데 가형은 초일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이곳에 오지 않은 것

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왔으면 장 아저씨처럼 독에 중독되어 잡혀 있을 테니…,

그녀의 마음이 더욱 슬펐을 것이다.”자…, 이제 시작해 볼까?”천여랑의 눈에 윗옷을

벗는 가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초일이 귀왕곡에 도착한 시각은 해가 떠오르기 전

인 미시 말이었다. 주위가 어두운 하늘색으로 변할 때 귀왕곡 입구에 도착한 초일은

귀왕곡의 양 절벽 사이로 들어왔다. 얼마쯤 걸어가자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귀왕곡의 인물들 같았다. 초일은 피가 묻은 그들의 옷을 벗겨 갈아입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한참을 들어오자 한 채의 장원이 눈에 들어왔다. 현판은 없었으며 장원

안에서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아무래도 장찬은 잡힌 것 같았다. 그

렇지 않다면 지금 이곳은 아직도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야 할 것이다. 장찬의 우직한 성

격으로 볼 때 앞뒤 안 가리고 뛰어 들어간 것이 확실하다.초일의 걱정스런 마음이 커져

갔다. 천여랑도 걱정이 되었지만 장찬의 안위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초일은 담

을 돌아 후원으로 향했다. 으레 이런 곳에는 중요한 사람이 후원에 거처를 두기 마련이다

. 여러 도적단의 본거지를 찾아다니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다. 그가 막 후원의 담을 넘을

때 하녀인 듯한 삼십대 초반의 여자가 쟁반에 물주전자를 들고 지나가다 초일과 눈이 마

주치는 일이 생겼다.초일은 그 여자가 소리를 지르려 하자 순간적으로 이형보를 시전하며

그녀의 입을 막고 검의 손잡이로 배를 가격한 후 떨어지는 주전자와 쟁반을 발과 검집으

로 잡았다. 소리가 나는 것을 막은 초일은 주위를 살핀 후 아무도 본 사람이 없자 그녀를

데리고 안 보이는 사각 지역으로 이동하여 그녀를 깨우며 싸늘한 어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