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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잘됐다! 이렇게 하기로 하자. 내 말대로 네놈은 이제부터라도 별명을 고쳐서 오줌 먹는 개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렇지 않다면, 다소 억울한 일이긴 하지만 잠시 나를 스님 아버지라고 불러라. 나는

아들이 하나 생겼으니 죽더라도 만족하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게 아니냐? 두 가지 방법 중에서 네 마음

대로 한 가지를 택하는 것이 어떠냐?”매소천은 처음부터 불길처럼 치밀어 오르는 격분을 억지로 참

고있는 판이었다. 그런데 주육화상은 도리어 천연스런 태도로 허비와 따따부따 농지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그 꼴을 보고 있다가 매소천도 참다못해 한마디 맞장구를 쳐 주었다.”하하하! 화상

친구! 자네가 제시한 방법은 정말 기발한데. 저놈은 반드시 둘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허비는 주육화상의 농담을 받아넘기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데에 불

쾌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는 숫제 자기를 모욕하고 나서는 화상의 태도를 그 이상 참고보고만 있

을 수 없었다.”이놈! 화상녀석아! 뭣이 어쩌고 어째?”하고 호통을 치는 순간, 허비는 몸을 꿈틀하자

마자 곧장 주육화상에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아이쿠! 이놈이!”주육화상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

며 발을 날쌔게 놀려 뺑소니치면서 입으로는 여전히 허비의 약을 올리고 있었다.”네놈은 날더러 한

번도 스님 아버지라고 불러 보지도 않았는데 뭣 때문에 다짜고짜로 내게 손을 대려고 하는 거냐?”

그러나 허비가 주육화상이 뺑소니를 치라고 호락호락 내버려둘 리 없었다. 몸을 비호같이 날쌔게 옆

으로 살짝 뽑아서 미끄러져 나가면서 주육화상의 앞길을 가로막고 말했다.”헤헤헤! 그렇게 쉽사리

도망치지는 못할 것이다.”징글맞은 음성으로 소리를 벌컥 지르는 순간, 허비는 벌써 일장의 공격을

주육화상에게 가했다.”이쿠! 이놈이 정말?”또 한 번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주육화상은 도저히 허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듯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그러나 허비의 장풍(掌風)이 정통으로 육박해 들

어오는 위기 일발의 찰나에, 주육화상은 갑자기 두 발을 움찍움찍하고 머리털도 없는 중대가리를 몇

번인지 흔들흔들하더니, 마치 구름이 하늘 가를슬쩍 스쳐 나가듯이 어느틈엔지 일 장 이상이나 멀찍

이 미끄러져 나가 버렸다.여전히 입을 다물지 않고 지껄여댔다.”이 못된 놈아! 빨리 날보고 스님 아버

지라고 한 번 불러 보란 말이다. 그게 싫다면 네놈은 역시 오줌 먹는 개라고 별명을 고치는 수밖에

없다.”매소천은 고개를 쳐들어 하늘 가를 유심히 휘둘러 봤다.때는 이미 초저녁을 지나 일고, 여덟

시경.한 시간쯤 더 지나면 바로 사 파와 봉명장이 함께 모여 무영객과 첫대면을 하기로 약속한 시

각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