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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말끝마다 오빠, 오빠 하는 품이 죽을 둥, 살 둥, 서로 친한 사이인 모양이군 그래?”

강주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금방 얼굴이 화끈 달아 올라서 새빨개졌다.그러나 불쾌한 감정

을 꾹 누르고 한 마디를 반문했다.”언니! 내가 그이를 오빠라고 부른 게 잘못인가요?””아냐

! 아냐! 아무 잘못도 아냐! 흥! 철부지 계집애! 부끄러운 줄도 모르구서!”만빙여 아가씨는 다

부지고 앙칼지고 야무지고 독살스런 여자여서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소세옥은 그 말을 듣자

아연 실색했다. 혼자 생각만 하고 있었다.’이건 점점 큰일인데! 만일에 저 두 아가씨들 사이에

싸움이 붙는다면, 나중 일을 수습하기는 더욱 어렵겠는데!’저편에 서 있는 주육화상이 또 껄껄

대고 웃었다.”핫! 핫! 핫!”잇달아 목청이 터질 듯이 큰 소리를 질렀다.”고얀 녀석! 이제 알고 보니 네

놈은 역시 거기 숨어 있는 게 틀림없구나! 하마터면 나는 네놈 때문에 대갈통이 두 쪽이 날 뻔했다

! 네놈을 붙잡아 놓아야만 내 목숨이 붙어 날 판이다!”화상은 한 번 머리를 쩔레쩔레 흔들더니 훌

쩍 날쌔게 몸을 날려서한 그루 굵직한 나무를 향하고 달려갔다. 무작정 나뭇가지 꼭대기를 향하

고 원숭이처럼 민첩한 동작으로 기어 올라가는 것이었다.만빙여 아가씨는 강주 아가씨와 이말 저

말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에,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육화상의 말을 진짜로 곧이

듣고,”뭐라구! 바로 그 나무 꼭대기에?”하고 발칵 소리를 지르며 역시 그 한 그루 굵직한 나무로

달려가서 화상의 뒤를 쫓아 무작정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그러나 뉘 알았으랴!나무 꼭대기로

기어 올라가는 주육화상의 행동이 다른 데에 그 목적이 있을 줄이야.만빙여 아가씨가 자기의 뒤를

쫓아서 나무 위로 기어 올라오는 눈치를 채는 순간, 주육화상은 넓은 두 소맷자락을 동시에 빙글빙

글 휘젓더니 휙,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 올리며 껄껄껄 너털웃음을 쳤다.”핫! 핫! 핫! 이봐! 우리 착

한 조카 아가씨! 이 화상 아저씨를 쫓아오지 말고 사흘 동안만 여유를 달란 말야! 내 무슨 짓을 해

서든지 소세옥이란 청년을 붙잡아다 줄 테니‥‥‥‥”말소리가 그치는 순간에 사람의 그림자도

함께 없어졌다. 어느 틈엔지 주육화상은 수십 자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뺑소니쳐 버린 것이었다.

만빙여 아가씨는 두 번 연거푸 골탕을 먹은 셈이다. 얼굴빛이 백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