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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묻느냐? 정말 시시한 수작일랑 하지 말아라! 이 허비는 평소에 남의 집 규중 처녀를 유인해

가지고 데리고 다녀본 적이라곤 한 번도 없었다!”매소천의 분노는 절정에 달했다. 여전히 소리를

벌컥 질렀다.”그러면 네놈은 무엇하러 여기 나타났다는 거냐?”일견사 허비는 끝까지 맞섰다. 언성

이 더한층 높아졌다.”네놈을 만나려구 여기까지 왔다. 어쩌겠다는 거냐?””나를 만나러 왔다구? 와

하하! 핫! 핫!”매소천은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미친 사람같이 웃어 젖혔다.”그거 마침 잘됐다! 좋

다! 오늘이야말로 나와 네놈과 둘 중에서 하나만이 살아서 남는 날이다.”주육화상이 또 불쑥 나

섰다.”그건 안 될 말이오! 응당 이 화상과 같이 둘이 살아 남아야지!”허비가 우스꽝스럽다는 듯

입을 삐쭉하며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빈정거렸다.”내가 그만큼 말했는데도 못 알아들으면 정말

벽창호다! 네놈이 왕생경을 읽을 기회는 아마 좀체로 없을 것이다!”매소천은 그 이상 더 참고 견

딜 수가 없었다. 어느 틈엔지 벌써 일견사 허비 앞으로 바싹 다가서 있었다.그는 일견사 허비가 단

혼지(斷魂指)라는 기묘한 수법을 잘 쓴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에는 기어코 사생

결단을 해볼 결심을 단단히 했다.그러나 어찌 상상이나 했었으랴!주육화상이 앞질러서 널따란 승

복 소맷자락을 휘두르며 돌연 매소천의 앞을 가로막고 설 줄이야.화상은 몹시 흥분한 어조였다.

“매 형! 이곳에 나타난 자는 응당 이 화상이 응수하기로 작정되어 있소! 매 형은 잊으셨소? 나는

노인의 명령을 받들고 여기 남아서 이 장소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허비는 가소롭다는 표정

을 했다.”어떤 놈이 먼저 죽으나 결국은 마찬가지다.”매소천의 음성은 지극히 준엄했다.”일견사

허비! 네놈은 미치기라도 했다는 거냐?”허비는 태연 자약했다.”나는 언제 어디서나 싸움을 시

작할 때는 네놈의 말과 꼭 같은 말을 곧잘 듣곤 한다!”주육화상은 벌컥 언성을 높였다.”정 그렇

다면 어디 한 번 해보자!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의 손가락이 견디어 나나, 이 화상의 낡은 신짝

이 견디어 나나 두고 보자.”일견사 허비는 별안간 몸을 귀신의 그림자처럼 교묘하게 바람에

휘날리며, 손을 번쩍 쳐들어 손가락 하나로 주육화상의 앙가슴을 노리고 습격해 들어갔다.쌩!

지풍의 매서운 바람 소리가 사람의 귀를 찢어 놓을 것만 같았다.”이쿠! 이놈이 진짜로!”주육화

상은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허비! 네 ‥‥‥ 네놈은 정말 이럴 작정이냐?”말소리와 함께 주

육화상은 몸을 약간 비칠하는 척하더니, 돌연 왼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