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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면목도 서게 되었고, 제 자신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저편 숲속에 교자(橋子)까지 준비해 놓았

으니, 노인께서 몸에 지니고 가실 물건들이 있으시면, 어서 들어가셔서 수습하시도록 하세요!”사마

림 아가씨는 그때까지 잠자코 세심신니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청성파의 흑수천왕 영춘과 홍수노괴

한신이, 세심신니에게 거만스럽게 구는 꼴을 보는 순간부터 아니꼬운 마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더군다나 청백이랑이라는 작자들이 호시탐탐, 손추평의 등덜미에 서서 쉴 새 없이 눈을 찡긋거리고

괴상한 표정을 하며 건너다보는 데는 약이 올라서 견딜 수 없었다.단지, 자기 자신들의 건강이 완전

히 회복되지 않은 탓으로, 이 따위 아니꼬운 존재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기보다는, 그들이 옥신각

신하고 있는 일이 자기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는 점에서 상관할 필요가 없다고 잠자

코 서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세심신니가 갑자기 그들의 요구에 승낙하는 소리를 듣자, 내심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참을 수 없었다.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신니 할머님! 할머님께서는‥‥‥‥”

사마림 아가씨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세심신니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을 가로막아 버렸다.

“너는 아무 말도 말고 잠자코 있어! 이 노승은 이미 마음속으로 작정한 바 있으니까‥‥‥‥”

다시 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일행에게 말했다.”그러면, 손추평 여사는 암자로 들어가서 잠시

기다리고 있소! 나머지 몇 분들은 여기서 좀 쉬시고‥‥‥ 이 노승은 암자에 들어가서 분부해 둬야

할 일도 있고, 또 심경(心經) 한 편이 아직 외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도 있고 해서‥‥‥‥ 자운 아

가씨의 병세는 심상치 않으니까, 지금 절대로 건드려서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상책일거요! 이

노승이 모든 일을 적당히 선처해 놓고 떠나간들 안 될 거야 없잖겠소?”천수관음 손추평은 세심신니

의 무술 실력이나 재간이 비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비록 노파가 손을 쓰는 것을

한 번도 구경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노파의 문하에서 무술을 단련한 자운 아가씨의 재간이나 솜

씨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미루어서 생각할 때, 자기 자신의 실력을 가지고는 어떤 비밀 무기를 쓰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세심신니를 이겨 낼 만한 자신은 없었다. 또 검술이나 내공(內功)의 실력

으로 견주어 본다 해도, 자기 자신이 반드시 세심신니를 이겨 낼 수 있으리라는 승산은 없었다.

어찌 됐든, 이제 세심신니가 자기네들의 요구에 응해 주고 함께 가겠다고 승낙해 준 이상, 그 밖의 일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