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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우리는 이제부터 한집안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까‥‥‥ 우리 정 장주님께서도 과거에는 사마 선생과 친교(親交)가 있으셨으니까‥‥‥ 아가씨

는 바로 한 대(代) 후배가 될 뿐이지! 그렇잖아?”이렇게 말하고 손추평은 앞장을 서서 초가집 문밖

으로 나갔다.사마림 아가씨는 일부러 몇 발자국을 뒤떨어졌다. 연비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듯 말했

다.”조심해야 돼! 내가 보기에는 이 여자가 까닭 없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 것 같지는 않으니까‥

‥‥‥”연비는 어디까지나 담백하고 솔직한 청년이었다. 역시 속삭이듯 나지막한 음성으로 대

답했다.”걱정 마세요! 우리는 옷이나 한 벌 빌어 입고 곧 떠나버리면 될게 아닙니까? 이 여자와 어

쩌니 저쩌니 긴 말할 것 없이‥‥‥ 뭘 그다지 겁을 내십니까?”두 젊은이들은 손추평의 뒤를 따라

서 초가집 밖으로 나왔다.불과 몇 리 길을 가지 않은 곳에, 과연 산기슭이 시냇물을 끼고 저편으로

부러져 돌아가는 지점에 한 채의 아담하고 조그마한 집이 있었다. 그 집은 몹시 깊숙하게 산 속으로

파묻혀 있어서,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 찾아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손추평이 그 집 문앞에 당도

하자,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붉은 옷을 화려하게 입은 계집종 넷이 대문 밖으로 재빨리 나와

서 영접했다.그중의 한 계집종이 공손히 절을 하고 얌전하게 말했다.”큰 마나님! 어서 돌아오십쇼!”

천수관음 손추평이 분부했다.”이봐라! 이 두 분은 내가 모시고 온 손님들이시다! 국홍(菊紅)아! 너

는 우선 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내 의복 중에서 적당한 것을 한 벌 골라 가지고 이 아가씨에게 갈아

입으시도록 해드려라! 그리고 도홍(桃紅)아! 너는 술상과 식사준비를 해서 내 방에다 차려 놓도록

하거라!””네! 잘 알았어요!”국홍이니 도홍이니 하는 두 계집종들은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입을 삐

쭉하면서 저희들끼리 소리 없는 웃음을 입가에 띠고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천수관음 손추평

은 그제서야 몸을 돌이켜 두 젊은 손님들을 보고 상냥스럽게 말했다.”여기는 내가 임시로 거처하

는 집이야! 본래는 물론 성안에 살고 있지만, 나는 너무 시끄러운 곳이 싫어서‥‥‥ 가끔 답답할

때는 여기 나와 있어. 누추하다고 젊은 친구들 웃지는 말아줘요! 자아,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천만의 말씀! 아주 조용하고 아담한 댁이군요!””이렇게 돌연 폐를 끼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

니다!”두 젊은이들은 각각 한 마디씩 인사 치레의 말을 하고 손추평의 뒤를 따라서 집안으로 들

어섰다.그 집안의 차림새는 모두가 아담하고 정결했다. 뜨거운 차를 반 잔쯤 마실 만한 동안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서야 과히 면적이 넓지 않은 대청에 이를 수 있었다.두 젊은이들은 꼭 같이

이상한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 집안에는 방금 대문 밖으로 주인을 영접하러 나

왔던 네 계집종들 이외에 딴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대청 왼편 옆으로 자

마한 침실이 있었다.세 사람이 대청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국홍이라는 계집종이 침실 문앞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