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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가 바깥 세상에 알려질까 봐 쉬쉬하시며 이런 사건을 공개하지 않으시면서, 죄 없는 날더러 몰래 나서

서 소식을 탐지해 오라고 하시니 ‥‥‥ 이건 사람이 기막힐 노릇이지 뭐야? 이봐! 어서 말해 봐! 그

녀석이 지금 어디 숨어 있지?”매약화 아가씨는 새카만 두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앙칼진 음성으로 딱

잘라서 대답했다.”난 그따위 일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단 말야! 어서 물러가!”백봉 주영의 말투는

시종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흥! 네년보고 무슨 상관을 하라는 게 아냐! 그 녀석이 지금 어디 숨어 있

는지 그것만 말해 달라는 거라니까!”매약화 아가씨도 톡 쏴 주었다.”난 알 수 없어!”백봉 주영의 얼굴

에는 서릿발같이 싸늘한 기색이 감돌았다. 아랫입술을 잘강잘강 깨물면서 발칵 소리를 질렀다.”말

하지 않고는 아마 못 견딜걸! 순순히 달랠 때 말을 듣는 게 네년의 신상에 좋을 거야!”매약화 아가씨

는 참고 견디는 데도 한도가 있다고 생각했다.상대방보다 더 매서운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그럼,

결국 나하고 실력으로써 대결해 보겠단 말인가?”백봉 주영은 여전히 빈정대는 말투를 버리지못했

다.”흥! 네년은 경혼검이라는 칼 한 자루를 가지고 무예계에서 다소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거지? 그

러나 유감스럽게도 칼을 갖고 있지 않으니 네년이 칼을 갖고 있다면 한 번 나도 해볼 만한 일일 텐

데 말야‥‥‥‥”이것은 완전히 매약화 아가씨를 멸시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네 따위쯤은 안중

에도 없다는 태도였다.매약화 아가씨는 격분을 못 참아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러나 백봉 주

영의 말은 너무나 솔직한 것이었고 또 지당한 말이기도 했다.사실, 매약화 아가씨가 몸에 칼만 지니

고 있었던들,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백봉 주영과 따따부따 옥신각신 따질 일도 없었을 것이고, 벌

써 끝장을 내 버렸을 일이었다.아가씨는 어렸을 적부터 한 자루 칼을 쓰는 재간에만 전심 전력을

기울여서 수련을 쌓아왔기 때문에, 손, 손가락, 주먹이나 발 따위를 쓰는 수법에는 아주 소홀했다

. 그러나 소혼여괴 주영이란 여자는 소위 이 여자가 쟁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천검법(離天劒法

)이라는 검술 외에도, 손이나 손가락을 쓰는데도 놀라운 재간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매약화 아가

씨는 풍문에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태가 발등에 불이 떨어질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

것 저것을 헤아리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매약화 아가씨는 비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