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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병을 고치는 것하고 만빙여 아가씨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매약화 아가씨가 선뜻

대답했다.”물론, 상관이 있죠! 있어도 이만저만 중대한 게 아녜요! 한 번 승낙하신 이상에는 어

물어물해 넘기시려면 안 돼요!”주육화상은 머리를 긁적긁적했다. 두 눈동자를 두리번두리번하

더니, 그제서야 갑자기 알아 차렸다는 듯 큰 소리를 질렀다.”그건 안 되겠는걸! 내가 또 매약화

아가씨 꾀에 속아 넘어가겠는 데‥‥‥”사마림 아가씨가 옆에서 또 말했다.”속아 넘어가셔도

그건 하는 수 없죠! 누가 한 마디에 선선히 승낙을 하시랬어요? 매약화 언니하고 담 선배님께서

증인이 되셨으니까, 어물쩍해 넘기실 수는 없을 걸요!”담경영 여사가 장탄식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자운이란 년도 팔자가 기구해서 ‥‥‥ 일이 이렇게 복잡하고 미묘하게 되다니! 만빙

여 아가씨가 양보를 한다손 치더라도 이 일을 처리하기는 정말 어려울 거요! 좋아요! 이 문제

는 지금 말할 것 없이, 우선 소세옥의 상처부터 치료해 놓고 봅시다!”마침내 진흙을 개서 꼭꼭

봉한 술병 마개를 따고 반잔 술을 따라냈다.주육화상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이 굉장히 시끄

럽게 되겠는지라, 얼굴에서 웃음의 빛이 싹 사라져 버렸다.곧 환약을 술잔에 넣고 풀기

. 난초 향기같이 강렬한 냄새가 방 안에 진동했다.담경영 여사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말했다.

“송죽 노인의 회생단(回生丹)이란 환약은 정말 기사회생(起死回生)의 효험이 있는 약이니까, 소

세옥이란 아이도 정말 운수가 트인 아이지!”매약화 아가씨는 약을 푼 술잔을 손에 받아들고,

조그마한 숟가락으로 떠서 천천히 소세옥의 입속에 흘려 넣어 주었다.이때, 사마림 아가씨는

방바닥에 죽어 넘어져 있는 유사고 아가씨가 안타까운 짝사랑을 위해서 목숨을 끊어 버린 자

초 지종 경위를 간단히 설명했다.담경영 여사는 한숨만 길게 내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육화상의 표정도 암담했다.담경영 여사는 유사고 아가씨의 시체를 두 팔로 안고 방문 밖으

로 나와서 적당한 곳을 물색해서 안치해 놓고 나서 다시 방 안으로 되돌아왔다.주육화상은

한 알을 더 꺼내서 담경영 여사의 손에 쥐어 주면서 자못 점잖은 체를 하면서 말했다.”이 환약

은 상처를 치료하고 병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첫째로 사람의 정신 상태를 제대로 안정시

킬 수 있는 약이오! 담 여사는 빨리 이 환약을 자운 아가씨에게 먹이도록 하시오! 그 다음의 일에

관해서도 이 화상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겠소! 만약에 여러 사람들이 복잡하고 미묘하게 엉클

어진 원한 관계를 이 화상의 힘으로 풀어 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공덕 무량(功德無量)한 일이

아니겠소?”담경영 여사가 연방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