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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천치 바보가 되어 버렸으니‥‥‥”그런데 뉘 알았으랴!이 순간에 별안간 자운 아가씨가 두

눈을 매섭게 똑바로 뜨고 발딱 일어섰다. 그러고는 앙칼진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소세옥! 소세옥!

그대는 어디 있단 말인가?”담경영 여사는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비칠거리는 딸을 부축해 주면서 애원

하다시피 말했다.”얘 ! 자운아! 너, 방으로 들어가서 좀 편안히 쉬자!”사마림 아가씨도 급히 달려 들어

두 여자가 힘을 합쳐서 자운 아가씨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오른편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운 아가씨는 한 시도 쉴 새 없이 중얼중얼, 나중에는 화를 발칵 내며 소리를 질렀다.”빨리 나

한테 말해 줘요! 소세옥이 어디 있는가 말이야?”담경영 여사는 딸을 부축하고 침상 가까이 갔다.가장

겁나는 것은 자운 아가씨가 고함을 질러서 맞은편 방에 있는 소세옥을 놀라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

이었다.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자운 아가씨의 수혈(睡穴)을 찔러서 세상만사를 잊어버리고 조용히 잠

들게 해놓는 도리밖에 없었다.담경영 여사는 쉴 새 없이 비 오듯 하는 눈물로 얼굴을 적시고 있을 뿐.

남편은 무예계의 영원한 죄인이 되었고, 사랑하는 딸은 정신적인 자극이 너무 심해서 이렇게 인사 불

성인 지경에 이르렀고‥‥‥ 이 여자의 찢어질 것만 같은 마음속을 표현할 만한 말은 아무 것도 없었

다.사마림 아가씨가 위안의 말을 해주었다.”선배님! 너무 상심치 마세요! 몸에 해롭기만 하실 테니

까요!”담경영 여사는 연방 터져 나오는 긴 한숨 소리를 어찌할 수 없었다.”아가씨! 세상에 이런 일

도? 집안이 이 꼴이 되다니! 우리 집안은 이제 완전히 무예계의 죄인이 되었구려!”사마림 아가씨가

달래듯 말했다.”그분 혼자서 고집을 부리시고 저질러 놓으신 일이니까, 선배님께서야 너무 상심하

실 필요는 없어요!”담경영 여사는 줄줄 흘러 내리는 눈물 방울을 입으로 깨물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아가씨 말도 일리는 있지만‥‥‥ 이 늙은 것은 양심의 가책을 어찌할 길이 없어서‥‥‥‥ 세상에

대해서 부끄럽기 짝이 없군‥‥‥ 남편을 돕고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 여자들의 본분이 아니

겠소? 그런데 나는 정말 정기봉이라는 남편이 이다지도 짐승 같은 마음으로 미친 짓을 할 줄은 꿈에

도 생각지 못했거든! 이 늙은 것이 봉명장이라는 죄악의 구렁텅이 속에 빠져 있었으니‥‥‥‥ 만약

에 나 자신이 일찌감치 속세를 등지고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