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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소천은 엄숙하고 경건한 태도로 정중하게 물었다.”이 매소천은 불민하온 탓으로 스님이 누구시

온지 한 번도 뵌 일이 없사온데‥‥‥”늙은 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노파는 세심암(洗心庵)에

한 발자국도 바깥 세상엘 나와 보지 않은 사람이요. 수십 년 동안 무예계 분들과 왕래가 전혀 없었소

. 만약에 그 손에 쥐고 계신 옥퉁소가 아니었더면 이 노파는 화산파의 두령님이신 매 선생도 알아뵙

지 못할 뻔했소.””네! 세심암이오?”매소천은 너무나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되어 깜짝 놀라며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절했다.”아! 이제야 알아모시겠습니다. 세심신니(洗心神尼) 부처님께서 이곳에 왕림

하실 줄이야? 이 매소천, 오래 전부터 한 번 찾아 뵙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였사오나, 도리어 당돌함

이 되올까 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내오던 차입니다.”세심신니는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띠고

자상한 음성으로 말했다.”너무나 겸손하신 말씀이시오. 매 선생께서는 화산파의 위대한 영도자로서

누구보다도 의협심이 강하신 분으로 알고 이 노파도 언젠가 한 번 만나 뵙고 싶던 차였소.”이때 늙

은 여승 앞에 잠자코 서 있는 보랏빛 의복을 입은 아가씨의 양미간에는 가벼운 수심이 서리어 있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가을날 호수같이 맑고 시원스러워 뵈는 아가씨의 두 눈동자는, 쉴새 없이 즐비

하게 나자빠져 있는 여러 시체 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더듬었다. 아가씨는 어떤 사람 하나를 찾

고 있는 것 같았다.세심신니는 가엾고 딱하다는 표정으로 신변 가까이 서 있는 아가씨의 얼굴을 쳐

다보며 조용히 물었다.”얘야, 이 근처에서도 그 사람은 찾아낼 수 없단 말이냐?”보랏빛 옷을 입은

아가씨는 묵묵히 그리고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힘없이 끄덕끄덕했다.여승 세심신니는 답답함

을 못 참겠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돌연, 여승의 두 눈동자가 날카로운 광채를 발사하며 숲속

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을 노려봤다.매소천 역시 깜짝 놀라며 그편을 응시하고 있을 때, 머리털이

희끗희끗 반백이 된 도장(道長) 한 사람이 난데없이 화살이 꽂히듯 땅위에 훌쩍 내려섰다.그는 손

에 도목검(桃木劍)을 잔뜩 움켜잡고 있었으며, 짤막한 도포가 갈가리 찢어졌고, 정신 상태가 극도

로 어지러워 보였다. 꽤 오랫동안 어떤 사람과 결투를 하다가 달려온 사람 같았다.그 도사가 땅 위

에 발을 붙이고 서는 순간, 매소천이 돌연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언성을 높여 물었다.”제 도장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나타난 사람은 바로 무당파의 영도자 제일명이었다.그는 매소천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두 눈을 비로 쓸 듯이 휘둘러서 동쪽 땅바닥에 나자빠져 있는 두 구의 시

체 – 무당파 이걸(二傑)들의 처참한 최후의 모습을 단숨에 훑어봤다.그의 두 눈은 찢어질 것만 같

이 한동안 눈동자가 움직일 줄 몰랐다. 전신을 오싹 떨었다.돌연.”으악!”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

르며 입에서 시뻘건 피를 왈칵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