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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은 영물(靈物)이 되어서 몸을 쓰는 품이 번갯불처럼 날쌔고 빨랐다.정기봉은 원숭이와 개를

간단히 때려 눕힐 수 없을 뿐더러, 자기의 양쪽 바지 가랑이가 원숭이와 개에게 물어 뜯겨서

펄럭펄럭하는 꼴이 보기에도 딱할 지경이었다. 당대의 무예계를 주름잡고 천하를 제멋대로 횡

행했던 천하제일방 방주 정기봉이 제아무리 몸에 현천비학이라는 무상의 절기를 지니고 있다

고는 하지만, 결사적으로 덤벼드는 신견과 금빛 원숭이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얼마

안 되는 동안에 정기봉이 서 있는 주변에는 큰 것 작은 것, 무수한 구멍이 땅바닥에 뚫어졌다.

회오리바람처럼 휘몰아치는 흙먼지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데다가, 옷자락까지 갈가리

찢겨져서 피투성이가 된 정기봉의 꼴은 정말 처량할 지경이었다.소세옥은 정기봉과 두 장 쯤 떨

어진 지점에 추운검으로 땅을 버티고 우뚝 섰다. 두 눈에서는 원한의 불길이 훨훨 타오르고 있

었으며, 입가에는 싸늘한 냉소가 무겁게 감돌고 있었다.그는 이 가소롭기도 하고 처참하기도

한 사람과 짐승들의 싸움판을 노려보면서 내심 이상한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어떻게 되어

서 자기의 칼이 한 번 들이쳐서 상대방의 칼과 맞닥뜨리는 순간에, 정기봉의 신검(神劍)이 두

동강으로 부러질 수 있었느냐는 점이 의심스러웠다. 소세옥 자신이 냉정히 생각해 봐도 그것

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었다.이때, 만빙여 아가씨, 그리고 강주 아가씨와 비운

, 또 매약화 아가씨까지 소세옥의 신변 가까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여러 아가씨들

은 암암리에 계곡 어귀에 몰려서 있는 천하제일방 인원들의 일거 일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만

약에 그들이 바싹만 하고, 자기네 방주의 싸움을 거들려고 하는 눈치가 보이기만 한다면 아

가씨들도 즉각에 반격을 가할 만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에이! 천하에 고약한 짐승

들이!”정기봉은 처참할 만큼 있는 목청을 다 뽑아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만약에 두 마리

의 대단치도 않은 짐승조차 어찌할 도리가 없다면, 정기봉은 앞날에 어떻게 무예계를 제패하

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다는 건가?이런 생각을 했을 때, 정기봉은 격분이 불길처럼 치밀어 올

랐다. 일장(一掌)의 힘으로 당장에 두 마리 짐승을 때려 눕히지 못하는 것이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나 금빛 원숭이와 신견은 워낙 천하에 드문 영물(靈物)인지라 그 몸을 쓰는 품이

무예계의 어떤 고수급 인사도 감히 당할 수 없을 만큼 민첩하고 날쌔고 보니, 정기붕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소세옥은 몇 번이나 칼을 들어 정기봉을 찌르고 덤벼들려고 했다. 그러

나 그럴 때마다 만빙여 아가씨와 강주 아가씨가 한사코 말렸다.소세옥은 침통한 음성으로 소

리를 질렀다.”이게 도대체 뭣 하는 짓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