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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있다 해도 이 정기봉의 말이나 행동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오.”현도노인

은 그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흐흥! 뭣이라고?”노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면서 몸을

바람처럼 훌쩍 날려 일 장 이상이나 앞으로 나서며 호통을 쳤다.”좋다. 정 그렇다면, 네 놈

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추호도 반성함이 없다면, 이 노부도 네놈의 현천비학의 재간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맞닥뜨려 보고야 말겠다.”정기봉은 태연 자약하게 시종 여일 빈

정거리는 너털웃음을 쳤다.”허허허! 헛! 헛! 당신이 손을 쓰고 대결해 보자는 데에 이 정

기봉은 반대를 하지 않소. 그러나 사람이란 자진해서 불더미속으로 뛰어들어 괴로움을

사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오.”현도노인의 격분은 더한층 불길처럼 훨훨 타

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다.더한층 언성을 높여서 호통을 쳤다.”정기봉! 물론 괴로움은 이

노부가 자진해서 각오하고 뛰어드는 것이다. 거기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네놈은 너무나

자신 만만한 체를 하지 마라. 네 놈의 실력이나 재간쯤을 가지고 이 노부에게 괴로움까지

줄 수는 없을 것이다.”두 사람 사이에는 결사적인 일대 결투가 시작될 판이었다.이때 돌연

, 계곡 안으로부터 몇 줄기의 사람의 그림자가 번갯불처럼 번쩍하고 내달았다.사람들이 땅

을 디디고 서기도 전에, 앙칼진 여자의 음성이 칼끝같이 뾰족하게 사람들의 귓전을 찔렀다.

“할아버지! 왜 그러신다는 거죠? 저따위 위인들하고 할아버지께서 친히 싸움을 하시다뇨?

영산 사람들의 체면과 위신도 생각하셔야죠.”말소리와 함께 사람의 그림자들이 땅 위에

우뚝 내려섰다.맨 가운데로 내려서는 청년은 바로 추운검객의 아들 소세옥이었다.그 왼편

으로는 매약화 아가씨와 만빙여 아가씨. 오른편으로 내려서는 여자들은 남신의 딸 강주 아

가씨와 신영궁의 신견(神犬)을 가슴에 얼싸안고 있는 계집종 비운이었다.현도노인은 다섯

사람이 땅 위에 내려서는 것을 보자 대경 실색하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아니, 너

희들 어째서 여기까지 나오는 거냐?”소세옥이 두 손을 맞잡아 현도노인에게 정중하게 읍을

하고 냉정침착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저 정기봉이란 자는 바로 소생의 부친을 살해한 불공

대천지원수올시다. 이 후배의 손으로 놈을 죽이지 못한다면 어피 지하에 가서라도 망부(亡

父)의 얼굴을 대할 수 있겠습니까?””아하!”현도노인은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은 괴로움을

억제하며 고개를 무겁게 끄덕끄덕하고 나서 물었다.”너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되었느냐?”

소세옥은 정중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