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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신니는 또 한 번 장탄식을 하고 나서야 대답했다.”이 노파는 아시다시피 칼을 던져 버리고 무술

재간을 던져 버린 지 이미 수십 년‥‥‥ 일찍이 부처님 앞에서 맹세했소. 두 번 다시 무예계의 시비

곡절에 관심을 갖지 않기로‥‥‥ 잘들 아실 텐데‥‥‥ 하물며 이 노파의 무술 재간을 가지고는 그

무영객이란 인물과 겨룬다는 것은 되지도 않을 말이오.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이 노파의 재간이나

실력은 그런 인물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야. 설사, 이 노파가 이런 일에 휩쓸려들

고 싶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그럴 만한 힘이 없는 것이오.”말을 마치자 세심신니는 두 사람의 말을 그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이켜 자운 아가씨에게 말했다.”얘, 우리 어서 그만 돌아가

자!”말소리가 그치는 순간, 회색빛 그리고 보랏빛 두 가지 광채가 번쩍했다.노파와 자운 아가씨는

숲속을 꿰뚫고 어디론지 번갯불처럼 사라져 버렸다.중천에 걸렀던 해가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버드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만이 서글프고 쓸쓸하게 들려올 뿐,숲속은 또다시 죽음 같은 정

밀 속에 빠졌다. 단지 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과, 무당파의 제일명 두 사람만이 묵묵히 넋이 빠진

사람같이 숲속에 멍청히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침통하고 원통한 심정은 붓이나 말로써 형용키도 어

려웠다. 사 파(派)와 봉명장이 합동 작전으로 천하제일방의 방주 무영객과 대결해 보자는 약속이

이다지도 허무하게, 이다지도 처참하고 잔인하게 짓밟혀 버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

문이었다.이렇게 되고 보면 소림, 무당, 점창 삼 파의 정예 인물들을 그 절반이나 잃어버린 셈이다.

그중에서도 소림파 인물들이 제일 많이 죽었다. 그러나 점창파는 더욱 처참한 꼴을 당했다. 청성파

(靑城派)와 꼭같은 끔찍끔찍한 운명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점창파의 두령 신후 학거

비가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도 역시 천하제일방 사람의 손에 죽었으리라는 가

능성이 농후했다.비록 화산파만은 한 사람도 죽거나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매소천의 심

정은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했다. 철배신타에게 명령해서, 화산(華山)으로 돌아가 여러 고수급 인

물들을 모두 인솔하고 이곳으로 오라고 한 것이, 이제 와서는 커다란 실책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하

지 않을 수 없었다. 화산파의 모든 고수급 인물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와서 덤벼들어 봤댔자, 그것

이 이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많이 나오면 많이 나올수록 그만큼 많은 인명을 희생시킬 뿐이

아닌가?이런 사태를 천하제일방에서는 먼저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약에 무영객이, 화산

파 인물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도중에서 살륙 행동을 감행했다면, 끝내 멸파지화(滅派之禍)